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 익히기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의사소통이 부부생활과 자녀 양육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는 만만치 않은 숙제다. 한국어 공부의 고충을 덜어주고, 보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 본동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종성)은 지난 5월부터 전문 동화구연 지도사를 초빙해 동작구 이주여성 13명을 대상으로 ‘동화로 여는 세상(Open the world with fairy tale)’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2시 본동복지관 2층. 문 앞에 베트남어, 중국어, 대만어, 영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로 쓴 ‘동화로 여는 세상’ 홍보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모인 여성은 사사다 치카(39, 일본), 김은혜(28, 베트남), 구푸유(31, 대만), 르응티한(25, 베트남), 부이티터(23, 베트남)씨 등 5명. 이들은 곧 있을 구연동화 발표회 준비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 꾸준히 갈고 닦아 온 솜씨를 방과 후 교실 어린이들에게 선보이는 날이었다.
오후3시. 교실에는 벌써 어린이 2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각종 교구를 들고 온 발표자들을 환영했다. 발표회 진행은 프로그램을 지도해 온 이규현 씨가 맡았다. 사사다 치카 씨를 선두로 발표자들은 ‘우리 엄마 인가요’, ‘옛날 나무들의 이야기’, ‘비오는 날’ 등 5개의 동화를 순서대로 구연했다. 책읽기도 이들에게는 힘든 일이었지만 감정과 몸짓을 섞어가며 차근차근 해나갔다.
“나비가 훨훨 날아 왔어요. 나비는 나뭇잎에 동그란 알을 낳았지요…… 번데기 속에서 코 잠이든 애벌레는 날이 지나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훨 훨 훨 날아다녔대요.”
발표자 중에서도 김은혜 씨의 ‘나비가 훨훨’은 단연 인기였다. 친엄마 같이 다정한 목소리로 알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동화 구연한 김 씨의 연기에 어린이들은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했다.
2년 전 한국으로 시집 온 김은혜 씨는 “한국어에 받침과 쌍자음이 있어 발음이 너무 어렵다”며 “전문 선생님이 발음과 호흡법 등을 집중적으로 지도해 줘 큰 도움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씨는 “처음 왔을 때보다 말이 늘어 마음이 편해졌다”며 “더욱 열심히 배워 남편과 마음껏 얘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르응티한 씨도 “아기 앞에서 동화 구연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화로 여는 세상’은 오는 10월까지 실시한다. 현재는 10문장 정도로 구성된 동화를 배우고 있지만 점차 수준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구연동화에 필요한 발음, 발성, 손 유희를 비롯해 문형연습, 높임법, 철자 익히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주여성의 한국어 실력을 키운다. 또 이들은 동작구를 중심으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김종성 관장은 “동작구에만 800여명의 이주여성이 살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불교국가에서 시집온 여성들이기 때문에 사찰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해 나간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